동료지지(peer support) 활동은 사람마음으로 하는 중요한 인권옹호 활동입니다.

 

사람마음은 생존자 당사자의 사회적 힘을 강화하고 북돋는 것이 우리가 하는 활동의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료지지 활동을 촉진하는데 기여해 보고 싶다, 하고 구상해보았습니다.

 


동료지지는 당사자 주도의 회복 활동으로, 당사자들이 서로 나눈 말로 이야기를 짓고, 당사자들이 조율하여 화음을 지어내는 활동입니다.

 

고통 이후 힘을 되찾는 과정이 마치 오직 전문가의 분야인 마냥 도둑맞은 시대, 당사자가 함께 이야기와 화음을 지어 내어 회복을 달성하는 과정은 인권 존중을 되새기며 주목할 부분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치유자로서의 역할이 있습니다. 트라우마 회복에서 이는 아주 중요한 관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 제도와 문화, 그리고 사람이라는 조건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유발되고, 또한 사회 안에서 회복되는 고통에 속합니다.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는 치유에 힘을 보탤 권한과 양심이 있습니다. 그 중 피해 당사자 역시 사회적 낙인에서 해방되어 적극적인 치유 주체이자 동료 생존자의 대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동료들 사이에서 치유는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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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의 지지 (PL활동 중)

 



프로젝트 준비

 

2016년과 17년에 걸쳐 사람마음은 PL(HIV/AIDS와 함께 사는 사람들, People Living with HIV/AIDS)의 동료지지 활동에 힘을 보탭니다(계속 보태고 싶습니다.) 

 

처음은 201677일, 한국HIV/AIDS 감염인 연합회 KNP+ 식구들(문수, 미카엘, 소리, 욜)께서 사람마음에 찾아와주셔서 시작됐습니다. 함께 활동해 나갈 부분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더운 날 KNP+가 멀리 사람마음까지 와주셨고, 너무 익어버린 파인애플 조각 나눠 먹으면서 뭐든 같이 해보자고 얘기 했었네요. 그날은 그냥 보내드렸지만, 남은 사람마음 식구들은 앞으로 PL 분들과 꼭 활동을 해 보자 다짐했습니다.

 

이어서 동료지지 활동을 함께 해보자고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 위해 201699일에는 사람마음이 KNP+ 사무실에 찾아갔습니다. KNP+는 이미 동료지지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PL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 자신감, 주도성, 활기, 그리고 자부심을 더 채워 넣어드리고 싶었습니다이 날은 참석하신 PL분들의 희망과 열정 절반, 그리고 회의감과 주저함 절반을 느끼며 돌아왔던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6113, KNP+의 상임대표 문수 선생님과 활동간사 정욜 선생님이 동료지지 활동을 함께 해보자고 응답해주었습니다! 신나는 마음으로, 당사자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해 보았습니다. 동료지지에 대한 교육과 워크샵, 그리고 교육을 마친 분들이 직접 전국 투어를 통해 서울 이외의 지역에 계신 PL분들을 만나며 동료지지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를 KNP+와 기획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있기를 바랬지만, 지원금 활용이 늘 그렇듯이, 결과 보고서를 일정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11, 12월에는 워크샵을 진행하고, 1, 2월에 전국 투어 동료지지 활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KNP+와 사람마음은 할 수 있다고 되뇌이며... 



물론 매번 시간은 너무 모자랐습니다할 이야기는 늘 정말로 많았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선, 20161122일 부터 201715일까지, 동료지지활동가로 나아가기 위한 다섯 번의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열 한 분의 PL 활동가가 모였습니다!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의 소리 활동가께서 정말 많은 역량을 쏟았지요. 매번 간식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나중에 전국 투어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평가 회의를 진행하는 것 모두박수를 한 번 더 드리고 싶으네요. 

 

1122일 첫 워크샵에서는 전체 프로젝트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동료지지의 철학, PL에게 동료지지란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고, 끝으로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동료란 무엇인지 그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건 정말 좋은 동료였던 것 같다. 잊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활동가가 이야기했습니다. 감염 이후 위기의 시간 속에서 필요했던 따뜻하고 믿음직한 허그와 어깨 동무들. 보듬어줌의 이미지가 워크샵장에 넘쳤습니다.



                                                                         우리의 동료 경험과 좋은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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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동료지지활동가들)




128일 두 번째 워크샵에서는 동료를 판단하지 않기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함께하고 돕고 싶은 마음이 강할수록, 실은 상대방을 판단하고 내 입장을 관철시키는데 힘이 기울기 마련입니다. 어떤 상황 속에 놓인 동료의 마음을 평가 없이 이해하고, 그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판단하지 않기'에서 우리가 논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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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했던 과제들.



 

1215일은 세 번째 워크샵이 열렸습니다. 이번에는 동료지지에서 지켜야 할 윤리에 대해서 토론하였습니다. 그리고 활동가 팀 회의에서 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논의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활동가 모두 역경 속에서 각자의 어려움을 해결해내온 생존자이므로, 해결책과 생존의 방안들은 모두 달랐습니다. 다른 경험을 서로 존중하면서 내 경험을 존중받기 위해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1222일에는 PL로서 감염 이후 생긴 삶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두 팀으로 나누어 감염 이후 건강, 관계, 마음, 그리고 가치관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우리의 이야기를 짓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일 계속 약을 먹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수용했던 순간들, 약의 부작용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떠안았던 과제들, 사람들 앞에 PL로서 등장하는 것에 대한 갈등과 속앓이들. 우리가 어떻게 해왔고, 다른 우리들을 위해 어떻게 말을 건넬 수 있을지, 이 날은 유난히 더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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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 의 경험. 성장과 고통들. (제작: 동료지지활동가들)





15일 마지막 교육 시간에는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연계 기관을 살펴보았습니다. PL을 위한 많은 기관은 있지만 PL이 다가서기 어렵다는 점, 그래서 PL을 위한 연계 기관이 참 부족하다는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PL을 위한 지원 기관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가 다시 주어졌네요

마지막으로는 앞으로의 전국 투어 활동을 위한 계획을 나누었습니다. 부산, 대구, 그리고 광주에서 PL의 경험을 나누는 오픈 마이크를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모두 다시 만나는 일정을 마련했습니다. PL 사이의 끈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방법은 뭘까, 이 논의를 끝으로 교육 일정은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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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드 투어 참여자 모집 포스터 (제작: 소리)



전국 프라이드 투어는 2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대전에서는 참여자를 모으기 어려워 대구로 변경했고요삼삼오오 모여 전국 PL을 만나러 갔습니다. 마지막 3월 18일은 그 동안 만난 PL이 모두 모이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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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소리)



서울 이외 지역의 PL은 좁은 공간에서 아웃팅의 위협감으로 더 자신을 드러내고 모이기 어려운 실정이었습니다. 커뮤니티도 부족하고, 일부 협회나 보건소를 통해서는 지원이나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민간단체든 공공기관이든 PL을 위한 맞춤 서비스가 뚜렷하게 없고 아웃팅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는 점도 PL에게는 높은 벽으로 느껴집니다. 


PL의 가장 큰 벽은 역시 사회적 편견이었습니다. 지역 병원에 가는 일상이나, 해외에 나가는 계획 등도 쉽지 않았고, 소통과 정보 교류가 부족해서 고립되는 상황이 잦았습니다. 고립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걱정이나 약을 먹는 고뇌를 나누지 못하게 되고, 더군다나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대인관계도 어렵게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습니다.


설문 조사를 살짝 곁들였는데, 자조모임 활성화, 의료 지원, 심리 지원, 법률 지원, 인식 개선에 각각 60%이상의 참여자들이 필요~매우 필요라고 체크해 주셨네요.

 

다행히 우리의 프라이드 투어로 서로 교류할 씨앗이 생겼으니까요. 부산 투어 이후 만들어진 단톡방에는 순식간에 수십명의 PL이 모였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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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동료지지 마음돌봄캠프를 진행한 장소. 자연은 치유의 조건!  (사진: KNP+)




프로젝트, 끝나지 않았음.


진행의 작은 난점을 해결해야 하는 것 외에, PL분들의 동료지지 솜씨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자체가 지지였으니까요PL이 입을 열면, (진지하게 열면), 모두가 아주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서로 안 듣는 척 하시는 분들이, PL 이야기는 아주 진지하게 나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울림이 아주 생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PL 동료가 진행하는 모임이었기에, PL이 된 이후에 삶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의미 없이 지나가던 삶이, PL이 된 이후에 되살아났다는 이야기에 많은 PL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덧붙여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은 내가 직접 진행할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큰 힘의 느낌. 별로 길게 말하지 않아도, 말솜씨가 별로여도, 경험해 낸 온 몸과 관계로 소통하는 힘.



동료 안에서 치유가 자연스레 일어남을 목격하였습니다.

동료지지 활동은 지속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