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의 트라우마, 사회적 지지로 풀어야”

 

[인터뷰] 인권센터 ‘사람․마음’ 상담가 최현정 씨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미행당하고 고문당하고. 민주화 이후 더 이상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는 달리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은 국가폭력이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인식하게 했다.

국가기관에 의한 폭력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가정폭력 등이 난무한

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폭력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

이다. “이런 말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여론이 집중돼야 한다고 말

한 방송인 김제동 씨의 말처럼 이런 일을 겪고도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태반이라는 사실이다.

인권센터 사람·마음은 이런 이들을 사회로 끌어내고 지원하기 위해 세

워졌다. 상근 상담가로 활동 중인 최현정(31·)씨는 “(국가폭력으로 인

한 외상 후 스트레스는 사회적 지지가 부족할 때 심화된다. 우리나라는

국가폭력의 피해에 지나치게 무심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최 씨와의 일문일답.


-‘사람·마음건립에 사재를 털어 넣었다고 들었다. 그만큼 절실했던 이

유가 궁금하다.

“5년 전부터 시민단체와 결합해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료 서비스를

지원했는데 단기적으로밖에 할 수 없었다. 국가폭력으로 인한 고통은 생

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일상적으로 살다가 갑자기 끌려가서 영문도 모

른 체 심각한 고문을 당한 뒤 인생의 중요한 시간을 투옥으로 보내고 사

회로 돌아온다고 생각해보라. 신체적 통증은 물론이거니와 삶을 빼앗겼

다는 상실감과 타인에 대한 경계 등 말로 다할 수 없는 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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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음’에서 활동하는 상담가 최현정씨(오른쪽)와 행정 코디네이터 홍혜선씨. ©조수경 기자 jsk@

 

-5·18광주학살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20~30년이 지나도 폭력으로 인한 고통이 이어지는 이유는 뭔가.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개인의 심리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사회적 인식들로 인해 상처가 안으로만 곪게 된다. 외상후스트레스는 사회적 지지가 부족할 때 심화된다. 우리나라는 국가폭력의 피해에 지나치게 무심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나름 국가적 차원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나.

군사정권 하에서 억울하게 투옥된 이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은 맞다. 하지만 정신적 피해를 치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다. 선진국에서는 정부와 인권재단, 병원에서 재정지원을 해서 생활정책, 사회복지, 심리치료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 이 문제를 전담하는 대규모 트라우마 센터도 대개가 갖추고 있다. 1980년대 덴마크와 미국에서 먼저 건립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네팔과 인도도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 사회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센터도 아직 건립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트라우마센터 혹은 지원 모임에 대한 현황을 알려 달라.

국가적 차원에서 하는 것은 없고 고문치유모임인 진실의 힘’, 평화박물관에서 실시한 프로젝트 ‘peace&healing’, 의사와 활동가들로 구성된 인권의학연구소’, 쌍용차 정리해고 피해자들의 치유 모임인 와락이 전부다.


-국가적 지원이 없다보니 피해자들이 직접 상담소를 찾는 것도 경제적 부담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마음은 형편에 맞게 지불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자발적인 금액을 내면 전혀 비용을 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쓰인다. 지자체서도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 박원순 시장도 이런 폭력의 피해자니 다른 정치인보다 심각성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본다.”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이곳을 찾아왔으면 한다. 본인에게 고통스러운 현실이 있다면 이곳이 고립감에서 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는 통로가 됐으면 한다. 우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유대감이다. 사회적 지지 없이 고립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미디어오늘, 2012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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